문의 042.
719.8351
TOP

50+기자단

[북리뷰]가재가 노래하는 곳 상세 내용
[북리뷰]가재가 노래하는 곳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3-28 조회수 128

가재가 노래하는 곳.

다소 생소한 제목을 접했을 때, 환경에 관한 이야기인가?

자연 보호 생물에 관한 이야기쯤으로 생각했었다.

 

책장을 열고 처음 읽을 땐

습습한 습지의 느낌이 어두움과 함께 밀려드는 듯하고,

학대받는 불우한 가정 환경 속에서 보란 듯 성공해 나가는 성장 소설쯤으로 생각했었다.

 

다 읽고 난 후 내 느낌은 오랜만에 좋은 영화 한 편을 본 듯했다.

이 책에는 한 여인의 로맨스, 미스터리, 살인 사건, 성장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얽혀 있으며

독자로 하여금 형용할 수 없는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이 이야기는 노스캐롤라이나 아우터 뱅크스 해안 습지에서 출발한다.

술만 먹으면 엄마를 때리는 아빠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어느 날 엄마는 집을 떠나고,

그 뒤를 따라 두 언니와 오빠가 모두 떠난 판잣집에서 아빠와 살아가는 소녀 카야.

소설은 카야가 어릴 적인 1952년부터

그녀가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1969년의 살인 사건 시점을 오가며 전개된다.

 

아버지마저 떠나 혼자 습지에서 살아가는 그녀의 성장,

소녀가 되고 사랑에 눈뜨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습지에 사는 조개, 조류 등 자연에 대한 깊은 조예와 사랑을

섬세한 필체로 그려냈다.

 

카야의 삶은 외롭지만

그녀는 습지가 있기에 외롭지 않았고,

바다가 있기에 사람들이 떠나도 위로받을 수 있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처음 그녀가 홀로되었을 때

홍합과 생선을 팔아 의식주를 해결하게 해주는 장소이며,

그녀가 외롭고 힘들 때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숨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으며,

자신이 사랑하는 습지 생물들이 서식처이기도 했다.

어릴 적 글도 모르던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 준 첫사랑 테이트의 도움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습지 생물들의 그림들과 설명을 모아 책을 펴낸다.

이제 더 이상은 가난하게 살아가지 않아도 된 그때,

한때 사랑으로 믿었지만 그녀를 배신하고 결혼한 체이스가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이 책은 재밌다.

이 책은 여러 사회적 편견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기본 교육제도는 있으나 힘들게 찾아간 학교에서 조롱당하고 교실을 나와야만 했고,

자신들의 추측으로 비방하고 더럽다고 무시하고,

확실한 증거보다는 이유 없는 미움으로 살인자로 몰아간다.

 

그러나 이 책은 외롭고 힘든 것 같지만

실은 자신의 삶을 사랑한 강하고 독립적인 여인의 삶을 그려냈다.

소외계층이지만 그녀가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조용히 도와준 상점의 흑인 부부,

낯선 위탁가정에서의 삶보다 엄마를 기다리며 습지의 삶을 택한 그녀에게 글을 가르쳐

주고 그녀의 재능을 살려 책을 내고 풍요로운 삶을 살게 도와준 테이트가 있어 그녀는

행복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원제는 “Where the Crawdads sing”으로

미국에서 2018년 발간되어 뉴욕타임스에 181주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3월부터는 Netflix에서도 볼 수 있다.

 

50+기자단 ​권오경 기자 (eosok1128@naver.com)

캡처.JPG